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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아재-하동호] 후기 및 둘레길 불편사항 두 가지

작성자
New Start
작성일
2012-08-24 16:17
조회
25249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남원 주천에서 산청 수철, 산청 수철에서 남원 주천 구간을 걸었습니다. 같은 구간이지만 반대방향으로 가다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더군요. 그래서 지리산둘레길에 재미를 붙여서 지리산둘레길의 마을들을 걸으며 만난 마을의 보호수들에 관한 것들을 정리한 <지리산둘레길의 또다른 벗, 마을나무>란 글을 제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http://mojb01.blog.me/120113648314

 


그리고 올봄에 지리산둘레길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고 하여 지난 7월하순,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올림픽이 시작되던 즈음에 배낭을 메고 2박 3일 일정으로 훌쩍 떠났습니다.
지난 2010년에 발걸음을 멈춘 남원 주천에서 구례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사흘째날, 송정마을에서 목아재를 거쳐 당초에는 기촌마을로 가려고 했는데 목아재에서 실수로 방향을 잘못잡아서 당재, 농평마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목아재-당재 구간은 일종의 곁가지 구간으로서 농평마을에서는 다음 연결구간이 없습니다. 농평마을의 숲에서 갑자기 둘레길 이정표가 사라져서 산속에서 미아가 되었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목아재, 앗 이정표 조심>
그래서 지난주에 사흘 일정으로 다시 둘레길을 찾았습니다.
출발점은 목아재.
그곳에 가서 이정표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송정마을에서 고개를 내려오며 이정표를 보니 각각 농평마을을 가리키는 검정색 화살표와 송정마을을 가리키는 빨간색 화살표 두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당연히 지난번에 별로 의심하지 않고 검정색 화살표가 지시하는 방향대로 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이정표를 보니 빨간색 화살표 뒤에 가려서 안보였던 또다른 검정색 화살표가 있더군요. 기촌마을이라고 씌여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여울, 가탄마을과 대자대비 대비마을>
하이튼 목아재-기촌마을을 지나면 엄청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큰재입니다. 이전까지는 전남 구례인데, 여기를 넘으면 경남 하동으로 행정구역이 바뀌게 됩니다. 이 구간의 끝은 아름다운 여울이란 뜻의 가탄마을입니다.


마을 입구에는 한자로 길할 길, 아름다울 가란 글자가 적힌 멋진 이름의 吉佳슈퍼가 있습니다.
가탄에서 백혜,대비, 정금마을까지는 시멘트 산길과 마을길이어서 평이한 길입니다. 힘들면 중간에 대비암 정자에서 어깨가 떡 벌어진 서어나무를 바라보며 쉬어도 좋습니다.


 


<최고 난이도의 힘든 길, 중촌마을-헬기장>


그러나 중촌마을에서부터 수박재, 헬기장까지 1.7키로미터에 이르는 길은 난이도 최고의 힘든 코스입니다. 중간에 벤치도 없고 끝없이 나무계단만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위를 쳐다보지 말고 그냥 묵묵히 인내하며 걸을 것을 조언드립니다.


아마 반대방향에서 이 코스를 간다면 난이도가 중 수준으로 떨어질 것같습니다.


여기서 형제봉 임도 삼거리를 지나 원부춘마을까지는 평탄한 임도길이 이어집니다.


 


<원부춘마을, 숙박시설 유감>
이번 코스의 종점이 원부춘마을인데 이 마을에서 숙박을 하려고 했다면 일정을 변경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다섯 곳이나 전화를 하고 찾아갔건만 이름만 민박이고 실제로는 펜션이었습니다. 혼자인데도 5만원이며, 절대 깎아주지 않고, 물론 펜션이므로 식사 절대 제공되지 않으며 수건도 없습니다.


저는 너무나 힘이 들어서 겨우 한 군데 사정을 하여 들어가서 5만원 주고 샤워기에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방에 묵었습니다. 비스켓으로 점심을 떼운데다 비까지 맞아서 무척 처량해보였던지, 라면이라도 달라는 내 하소연에 기꺼이 밥과 라면을 준 주인아주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이거라도 감지덕지할 뿐이었습니다.


 


<눈을 호사롭게 하는 평사리 최참판댁>
둘째날 아침.
라면을 끓여먹고 원부춘마을 뒤 고갯길을 한 시간 가량 오르다보면 지치게 되는데 다행히 중간에 계곡이 있어서 땀을 씻기 좋습니다. 고개 정상에서부터 입석마을까지는 평이한 길이다.


입석마을에서는 둘레길 코스가 둘로 나뉘어집니다. 곧바로 대축마을까지 가는 2.2키로미터 구간이 있고,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를 거쳐 대축마을에 이르는 약 4키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이 있습니다.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에둘러 가는 이 구간을 갈 것을 권해드립니다. 평사리 최참판댁 사랑채에서 저 멀리 바라보이는 드넓은 악양들판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조망은 시간이 조금 더 들더라도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최참판댁을 내려와 악양벌판의 부부송과 동정호는 덤으로 얻는 보너스같은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다 줍니다.


원부춘에서 입석마을까지는 식당이나 가게가 전혀 없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최참판댁 마을에는 관광지가 되어서 괜찮은 식당과 가게가 몇 군데 있습니다. 그리고 대축마을에는 버스 정류장 옆에 가게가 하나 있으니 여기서 물이나 과자를 사면 됩니다.


 


<대축마을의 자랑, 기품있는 문암송>
대축마을 뒤에는 문암송이란 소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두 바위 사이에서 줄기가 올라오다가 옆으로 휘어서 바위 위로 우뚝 솟은 아주 멋지고 기이한 소나무입니다.


대축에서 삼화실까지의 코스는 먹점재, 신촌재, 버디재라는 세 개의 고개를 넘는데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난이도는 중하정도. 하지만 이 코스를 반대로 간다면 땀깨나 흘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리산둘레길의 훈훈한 인심>


물론 이 구간도 중간에 가게나 식당이 없지만 중간에 목이 마를 경우, 매실농원에 들어가면 물을 마실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원한 매실차도 얻어 마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인심이 좋습니다.


농원 외에도 마을마나 있는 정자에 가면 어르신들이 대부분 쉬었다가 가라고 하거나 드시던 수박이나 먹을꺼리, 녹차, 매실차 등을 꼭 먹고 가라고 권하십니다.


 


<농가형 민박의 모델, 삼화실 산돌농원황토방>


서당마을에 민박이 있으나, 식사제공은 안되고, 식사와 숙박을 모두 다  해결하려면 삼화실 이정마을까지 가야 합니다.


하지만 약 한 시간 걸려 이정마을에 이르면 훌륭한 지리산 둘레길 지킴이 어르신이 운영하시는 아주 근사하고 멋진 황토방, 산돌민박(산돌농원황토방, 010-2830-4585)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머무르게 된다면 최고의 선택을 한 거라고 장담합니다. 여기는 이름은 민박이지만 시설은 펜션형으로 취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이 좋습니다. 그런데도 가격은 3만원으로 농가형 민박과 동일하며, 주인 어르신과 겸상하며 먹는 상에 오르는 반찬 가짓수가 많기도 하지만 너무나 맛있습니다(식사는 한끼에 5천원).


주인 어르신은 둘레길을 찾는 분들에게 저렴한 숙박시설을 제공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올곧은 사명감을 갖고 있으시며, 겸상하며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고 계시더군요. 둘레길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이런 멋진 분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지리산둘레길의 두가지 불편사항 - 이정표와 숙박시설>
말이 나온 김에 제가 느낀 지리산둘레길의 불편한 사항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이정표, 둘째는 숙박시설입니다.


이정표는 가야 하는 방향을 정확히 가리키는 것이 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애매하게 가리켜서 헷갈리게 하기,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하기, 있어야 할 갈림길에 없기 등 둘레길 나그네들을 열받게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정표가 유명무실한 경우, 다행스럽게도(?)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여행동호회의 리본들이 제대로 된 방향을 알려주는 때가 많습니다.


지리산둘레길의 이정표 문제는 제가 2년전에도 둘레길 홈페이지에 올리고 제 블로그에도 올렸지만 이번에 보니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http://cafe.naver.com/trail300/586.


 


이번에 하동구간을 돌다 지리산둘레길 안내요원이란 명찰을 단 대학생 차림의 젊은이를 정자에서 우연찮게 발견했습니다. 그에게 숙박 등 궁금한 점을 물어보니 아는게 거의 없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이런데 예산을 쓸게 아니라 이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둘레길을 돌며 문제가 있는 이정표나 이정표가 없는 곳을 샅샅이 조사하여 보고토록 한 후, 이정표를 수정한다면 둘레길 여행객들의 불편이 많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정표의 설치 및 관리 책임이 사단법인 숲길이 있는지 지자체에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게시판이나 전화로 이야기하는 이정표 관련한 민원에 귀를 기울이고 조속히 시정하여 줄 것을 당부합니다.
 
둘째 문제점은 둘레길 여행객들이 저렴하고 편안하게 쉴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굳이 하루 이틀 땀흘리며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간소하고 간편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굳이 시설 좋고 비싼 곳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앞서도 지적했듯이 펜션 혹은 펜션형 민박은 한 사람이 묵어도 최소 5만원을 줘야 할 정도로 비싼데다 식사가 전혀 제공되지 않아서 둘레길 여행객들의 취향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현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농가형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가 보다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농가형 민박은 일률적으로 숙박 3만원, 식사 한끼에 5-6천원을 받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주인과 겸상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는 구례 오미마을에서 발견했는데 차 한잔 포함하여 황토방 숙박비가 2만원에 불과하고 차실의 분위기가 아주 근사합니다.



<평촌마을의 우아한 돌징검다리>
세째날 아침.
산돌농원 황토방에서 시원한 밤을 보내고 어제 저녁처럼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하였습니다. 삼화실초등학교는 국고와 지방비를 투자하여 당초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려고 하였으나 현재는 대단위 집단숙박시설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설만 덩그러니 있고 전혀 운영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애고 애고~~~.


존티재 고갯길은 예전에 고개 넘어 어린이들이 삼화초등학교 다니던 길로서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삼화실->하동호 구간은 난이도 하의 무척이나 쉬운 길입니다.


중간에 청암면 소재지인 평촌마을의 앞에는 둘레길을 만들며 놓은 돌징검다리가 있는데 무척 운치있고 돌이 넓어서 그 위에서 양말 벗고 쉴 수도 있습니다.


평촌마을에는 식당이 여러개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구간의 끝인 하동호에는 국수 파는 휴게소와 삼계탕  파는 식당이 하나씩 있습니다.
하동호에서는 하동읍내 가는 버스가 자주 없으니 둘레길 하동센터에 정확한 차 시간표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원래 위태마을까지 가려고 했으나 왼쪽 새끼발가락에 난 물집 때문에 하동호에서 여정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


가을에 나머지 구간인 하동 하동호->산청 수철까지 걷는 것으로 전 구간을 완주하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여행중 만난 여행객의 정보에 의하면, 하동호에서 위태 가는 중간에 있는 궁항마을의 궁항정(010-4540-1508, 055-884-1660)이라는 민박이 농가형 민박으로서 숙식이 해결되고 주인분들의 인심이 참 좋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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