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둘레길 #11 하동호-삼화실

작성자
후곡
작성일
2013-03-11 13:47
조회
23390

  존티재를 넘어서 삼화실로 내려가는 길

 

 

 

지리산 둘레길 #11 하동호 - 삼화실

 

* 6.1Km / 누적거리 137.3Km

* 2013.03.01. 금요일 / 2시간 소요

* 화월마을 관점(0.8) 상존티(2.6) 존티재(1.2) 동촌(1.0) 삼화실초등학교(0.3)

 

   사단법인 숲길 / 지리산 둘레길 하동 안내센터 / 055-884-0854

 

 

모처럼 3일 연휴를 맞아 또 한 번 걸어볼까, 하고 길동무에게 제안했더니 덥썩 그러자고 맞장구, 그러나 우린 늦잠을 잤고,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출발해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화월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가 지나 있었다. 이 하동호-삼화실 구간, 11코스는 지난번에 조금 걸어 두었기에 한다. 넉넉잡고 2시간 반이면 걸어내겠지 하는 생각에 그래도 마음엔 여유가 가득했다. 그런데 바람이 몹시 불고 춥다. 마음은 봄인데 현실은 겨울이다. 화월 버스정류소 건너편 농협 앞에 차를 주차하고 들길로 내려서서 논둑길을 따라 징검다리 내를 건넌다. 냇가를 따라 들길을 걸어 관점마을로 향한다.

 

   논두렁 왼쪽으로 내려서서 징검다리를 건넌다.

 

 

내 손에는 좀 전 하동읍을 지나올 때 들렀던 지리산 둘레길 하동 안내센터에서 건네받은 안내 리플렛이 쥐어져 있다. 지난번에 들렀을 땐 정비기간이어서 구할 수 없었던 새로 나온 따끈따끈한 팜플렛, 리플렛이 배낭 속에 더 들어 있어 마음은 풍요롭다. 전 구간이 자세히 안내된 책자도 가지고 있지만, 도보 여행 시에는 가벼운 리플렛이 좋다. 오늘 삼화실, 그리고 내일 대축 코스까지 가면 거기서 부터는 이 새로운 안내 리플렛이 내 손에서 나를 이끌어 줄 것이다. 노란 표지의 지리산 둘레길(vol.8 / 2012.11)에는 광주의 어린 짱아 공주가 지리산 둘레길을 완주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산청의 수철에서 하동의 대축까지 안내 리플렛

 

 

부산에서 오셨다는 분이 말을 걸어온다. 나와 비슷한 키, 혼자서 걷는 길이 자유인처럼 보여 좋다. 우리 더러 부부가 함께 걷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힘을 보태 준다. 고맙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어쩔 수 없어 동행하지 못하고 부산에 남아있는 아내가 생각난다고 했다. 먼저 가세요! 그럼 천천히 오세요! 나는 부지런히 걸어 길동무에게 다가가 우리 뒤에 따라 오는 Thomas Kim 씨는 부산에서 왔고, 우리 걷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고 했고 부럽다고도 했으니 우리 사이좋게 3일간 잘 걸어보자고 제안했다. 김태겸 님! 이틀 후 우리는 또 우연히 만나게 되어 알게 된 그분의 성함이다. 그리고 건네 받은 그 분의 명함에서 한글 이름 밑에 새겨진 영문 이름! 나는 그 이름이 맘에 들었다.

 

   화월 마을 앞길 

 

관점마을(?)이 나온다. 굴피지붕 혹은 너와지붕을 이으려고 껍질이 붙은 판재를 쌓아놓은 집이 보인다. 저 나무를 반씩 겹쳐서 지붕을 덮으면 멋진 풍경의 지붕이 될 것이다. 겨울에 지붕 위로 눈이라도 쌓인다면 그 운치있는 풍경은 한 폭의 멋진 풍경화가 될 것이다. 그 눈 쌓인 지붕 위에 겨울 감나무 가지 뻗어 있어, 몇 알 남은 붉은 홍시 있어 준다면! 저 주인은 그런 상상을 하면서 집을 짓고 지붕 위에 방수포까지 씌워놓고는 도대체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나는 마음속으로 그 지붕을 완성하고, 드디어는 내가 마음을 쏟고 있는 내고향 후곡리에 옮겨 본다. 내 소중하고 아름다운 꿈! 그리고 가능한 꿈!

 

지붕을 덮으려고 껍질이 붙은 판재를 쌓아놓고 있다.

  

아스팔트길이 이어진다. 차량 통행이 없는 산골 아스팔트 길! 우리는 이쪽저쪽 갈지자로 걷기도 하고 계곡 건너 콘테이너를 이용한 간이 주택을 구경하며 길을 오른다. 명사 마을을 거쳐 상존티 마을로 향해 나아간다. 상존티 마을, 대나무 사잇길을 지난다. 두뼘 아름이 넘는 왕대들이 시원스레 뻗어있다. 존티재로 오르는 길, 여태 앞서가던 길동무가 뒤로 쳐진다. 오르막길만 만나면 몸이 무거워지는 길동무. 이럴 때는 못본채 하고 나는 부지런히 길을 치올라 길동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속도를 내어 그녀를 따돌린다. 내 작전이다. 굽이 길에 숨어서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가 나타나면 와! 벌써 오네! 그러고 나는 또 속도를 내 고갯 마루, 존티재 정상을 두어 발짝 넘어 서서 숨어 기다린다. 반가운 그녀의 얼굴이 나타나면 또 와! 벌써 오네! 오늘은 엄청 잘 오르네! 파이팅! 우리는 손바닥을 부딪치고 길을 간다.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이제 그녀의 길이다. 내가 따라가기에 바쁘다.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그녀는 마구 가버린다.

 

   명사마을을 지나 상존티 마을로 가는 길 

 

동촌 마을을 지나 삼화실초등학교 앞에 이른다. 지금은 아름다운 현대식 건물로 리모델링 되어 초등학교가 아닌 둘레꾼을 위한 숙박시설까지 갖춘 마을 기업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지금 이 동촌 마을에서는 하우스 재배한 취나물이 비닐 포대에 담겨 도회지로 반출 되고 있었다. 봄의 미각! 된장에 무친 향긋한 취나물 내음!

 

   상존티 마을 뒤 대나무 숲길

  

이 마을에는 황토민박집도 있었으나 길동무가 하동읍의 찜질방에 가자고 해서 우린 때맞춰 나오는 농어촌 버스를 타고 읍내 찜질방으로 가야했다. 그런데 이 농어촌 버스에는 안내도우미가 있었다. 듬직한 아녀자가 안내도우미명찰을 달고 살갑게 우리의 이야기를 받아준다. 옛 시절 차장이 생각났다. 시골 버스에서 만나는 노인들의 무거운 짐도 들어주고, 말벗도 되어주는 도우미가 정겹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맘 좋게 생긴 도우미 아낙은 내일 아침 나에게 결정적으로 은인이 된다. 오늘 길은 걸었던 거리가 짧아 사진도, 글도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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