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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다시 찾은 꼬맹이 짱아의 지리산둘레길 완주기 #3 산동-주천

작성자
watermap
작성일
2017-07-13 17:03
조회
27996


5년만의 '다시 찾은 꼬맹이 짱아의 둘레길 완주' 주천-산동길 이야기입니다.

 

사진첩을 열어보니 5년전 이 길을 걸었던 날이 6월 9일이었는데, 이번길이 6월 10일 이었으니 거의 정확히 5년만이더군요.

일부러 맞춘것도 아닌데 신기하네요.


6월 10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겐 또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합니다.

상식과 정상이 비난 받지 않는 나라가 빨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연히도 제 아내는 5년전과 똑같은 복장을 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을테지만 몇 벌 안되는 조합이 만들어 낸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스타일링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맙기도 하고 사실 많이 미안하기도 합니다.

 

이번 길은 사실 많이 힘들었습니다.

특별히 아픈건 아닌데 첫걸음부터 '아! 오늘은 쉽지 않겠다.'싶었습니다.

제 아내와 딸에게 슬쩍 돌아갈 것을 권해봤지만, 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기까지 왔는데 가자!'라는 분위기에 좌절했습니다.

'그래, 오늘은 내 자신과의 싸움이다.'

가족들에겐 '내가 오늘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듯 하니 알아서 잘 가라'고 사전공지를 하고, 무거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5년전 사진을 들여다봐도 상쾌한 날이었던게 분명한데, 오래 지속된 가뭄과 습한 날씨는 온몸을 땀으로 적시고 가슴이 터질듯이 숨이 턱턱 막히기까지 하더군요.

아래 꽃과 과일 사진중 아기복숭아 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5년전 사진입니다.

올해는 꽃들이 너무 지쳐있는 모습을 해서 찍을 수가 없었거든요.

 

오로지 목표는 정상! 정상을 지나면 대부분 내리막 길이고 그늘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길을 걷다가 작은 다리를 만나면 아내와 딸이 귀여운 댄스를 보여준 다음에 건너는 이벤트를 보여줍니다.

산 속에서 관객은 오로지 저 혼자인데, 저를 위한 둘만의 약속인 듯 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함을 만들어 내는 일 또한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한참을 앞서가다 기다려주기를 반복하는 딸을 보며 대견스럽기도 했지만,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옆엔 비슷하게 힘들어하는 아내가 있어 괜찮습니다.

 

이번 코스는 흔히 지리산둘레길 마지막코스라고 알려진 코스이기도 합니다.

고개를 넘어가면 1코스가 나옵니다.

전체 22개코스가 순환코스이기 때문에 어디서 시작해도 한바퀴를 돌 수 있습니다. 그냥 길이 만들어진 순서대로 편의상 코스번호를 붙여놓은 것 뿐이지요.

 

1코스 2코스 3코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찾습니다.

점점 줄어들다가 마지막코스가 다 되어가면 완주를 목표로 하는 트래커들 외에는 거의 찾지 않는 한적한 길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고가는 트래커를 한명도 못만난것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마땅히 가야할 길의 마지막은 늘 외롭습니다.

그 좁고 힘든길을 가는 사람들은 누구든 만나면 서로 응원해주고 챙겨줍니다.

우리의 삶 가운데 함께 가는 동행자를 만나는 일은 너무도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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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2

  • 2017-07-14 17:56

    짱아가 참 많이 컸네요
    길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17-07-19 20:40

      만나면 꼭 아는척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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