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장항마을~금계마을(3구간)까지 딸들과 함께

작성자
피오나
작성일
2011-10-12 13:11
조회
24039

7월 여름 지인의 안내로 짬짬이 지리산 3구간까지 걸어보았어요.


경치좋은 것이야 이루 말할수 없지만,,,그보다 더 절 설레게 했던것은


어머니와 외할머니 고향이기도 한 운봉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한 인월을


30년이 넘어서야 다시 가보게 되어 가슴이 콩닥콩닥 머리는 터질듯


흥분된 마음으로 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합니다.


그 곳 3구간까지 걸을때마다 꼭 나의 딸들이랑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 꿈을 엊그제 지난 토요일 이뤘답니다.^^


3구간 장항마을서 부터 금계까지 딸둘과 남표니를 데리고 다녀왔습니다.


청명한 하늘 적당히 시원한 바람에 탁 트인 시야로 천왕봉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6학년인 저의 딸래미 그날 일기로 둘레길 3구간 걸어본 후기를 올려봅니다.


힘들었을터인데...일기 마지막에 제주도 올레길도 한번 가보고 싶다니...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자극이 된 둘레길 여행이라...엄마로서 참으로 기쁘네요.


 






 


2011년 10월 9일 토요일


 


제목 : 가족끼리 지리산 3구간 도는게 엄마의 소원이랍니다. 마침 산을 느껴보고  


            도 싶어서...


 


우리 가족은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을 돌기로 하였다.


8시 30분쯤에 출발하여 지리산에 10시쯤 도착했다. 3구간이 가장 보기 좋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12.5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별로 힘들지 않다고 느꼈는데, 나중에 느껴보니


오산이었다.


 


출발했는데, 가장 먼저 보이는 마을은 장항마을을 좀 넘어서였다.


처음 갔을때는 몸도 잘 따라 주었기에 나는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설치며 무언가가 보이기만


하면 찰칵찰칵 찍었다. 하지만 엄마가 카메라 끄고 둘러보라고 하셔서 한 번 둘러보았더니,


다시는 카메라를 쥐고 싶지 않았다.


 


경치로 할 것이면 아주 장관이었다.


산봉우리 뒤의 산봉우리들은 멀어질 때마다 느껴지는 초록색에서 청록색으로의 색의 변화 때문에


마음이 신선해진 것 같았고, 바로 앞에 보이는 마을마다 마을 사이의 특이한 나무들과 꽃들도 


아주 예뻤다.


 


가는데 좀 저급해 보이는 아저씨들 일동이 우리와 같이 가게 되었다.


나중에 엄마와 동생에게 들은 이야긴데, 그 아저씨 중 하나가 우악스럽게 콩을 다 뭉게면서 들어가


감나무에서 감을 몇 개씩이나 따서 그걸 나중에 먹었다고 한다.


제발 농작물 망치지 말라는 뜻으로 써져 있던 팻말을 무시하고 말이다. 대체 왜 그럴까?


나는 먹고는 싶었지만 사람들 눈에 나쁘게 보일까봐서라도 그렇게 안 했는데 말이다.


어른들은 다 그런가?


 


마을들이 보일 때마다 이 작은 마을의 아이들은 대체 어떻게 학교를 다닐까 하는 의구심이 문득


들어 부모님에게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하셨다. 쳇.


 


가고 가고 또 가다 보니 그 어렵다는 등구재가 나왔다. 거북의 등껍질을 닮아서 등구재라는데,


그러면 거등재가 되야 하는 것 아닐가? 거북 등껍질 재!


 


가다 보니 오도사라는 사람이 여기서 도를 닦고 있다고 했는데, 그 도사를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자 웃어 주셨다. 도사님의 눈이


맑아서 꼭 내 마음도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등구재는 끊어질 듯 말 듯 하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어쩌면 그래서 더 힘들고 허무한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아! 저기가 끝인가 봐 하고 딱 달려오면 계속 이어져 있어서....


등구재를 지나면서 딱 하나 궁금했던 거라면,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길을 왔다갔다 할까


하는 것이었다.


 


힘들었던 등구재가 지나 왔는데, 식당이 보이지를 않았다. 흰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나왔는데,


끊길 듯 말 듯 했던 등구재와 비슷하고 또 다르게 앞이 쫙 보여서 어디 갈지 훤히 보이는 반면에


왠지 등구재보다 더 허무하고 더 지루했다.


 


결국은 식당을 보고 거기에서 1시간이나 밥을 먹고 놀았다. 놀았다고 하니까 놀 게 없어서 못


논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그 식당에는 귀여운 강아지가 있었다.


그 강아지랑 엄청나게 놀았다.


 


다시 출발했다. 그 때가 가장 힘들고 지루한 때였을지도 모른다. 우리 아빠의 말을 이용하자면,


 "헝그리 정신으로 가야 하는데 목표가 왠지 사라져 버려서" 인지도 모른다.


 


 생각없이 발만 움직이는 대로 가다 보니 힘이 나다가도 사라지고 그랬다.


드디어 그 지겨운 흰 길이 없어지고 산길이 나왔다. 하지만 산길에서 가장 힘들어했던 사람은


바로 우리 아빠였다.


훤칠하고 큰 키에 훤한 얼굴을 가진 우리 아빠의 단점은 저질체력이라는 것이다.


아빠는 고개를 푹 숙이고 꼭 자라처럼 목은 빼고 그 다음에 다리는 헐렁하게 늘어놓은 다음


걸어오셨기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산길에서는 아빠의 등을 손으로 밀어 주었다.


웃긴 것은, 밀어주는데 아빠가 힘이 나야 하는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힘이 솟아오르는 것은 나였다. 정말 신비했다. 밀어주면 밀어줄수록 힘이 생긴다....


도덕적인 그런 힘이 아닐까?


 


밀어주다가 천천히 가는 아빠가 하도 답답해서 남아도는 힘으로 동생이랑 날듯이 산길을


걸어갔다. 그러다가 바윗길이 나오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가고,


또 아빠와 엄마한테 의지하면서 가고.....


 


그렇게 지리산 둘레길 3구간 완주는 끝났다.


 


항상 내가 체험학습을 갔다 와서 느끼듯이 좋은 경험이었다.


걸으면서 바람을 느낄 수 있었고ㅡ잠자리들이 머리위로 날아와서 정신없고 벌들이 귀에서


윙윙 소리내서 비명을 지르기도 했지만ㅡ, 또 아빠를 밀어주면서 도덕적인 힘ㅡ근데 아빠


정말 무겁더라ㅡ 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바윗길에서 부른 그 노래들이 힘을 준 것 같았다ㅡ


뒤에 사람들이 바로 있길래 쪽팔리기도 했지만ㅡ. 그리고 산행을 다 한 다음에 느끼는


그 상큼함ㅡ근데 지금 무릎이 아파 죽겠다ㅡ캬~~~~~~~


 


이제 엄마보고 제주도 올레길 한 번 가자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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