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인월-금계)
내 별명은 긍정 빼면 낙천, 낙천 빼면 긍정이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나 시각이 워낙 밝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긍정을 빼니 바로 부정이 훅 하고 튀어 나왔다.
일상에서 사소한 것에도 민감해 하고, 얼굴이 어두워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아... 이건 아닌데~ 긍정적인 오끼 긍끼는 어디로 간게야?!
잃어버린 긍정이를 찾고 싶었다.
일상을 벗어난 어디론가 떠나서 나를 곱씹어 보며 생각을 좀 해보자.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지리산 둘레길이다.
현재 5개의 구간이 있는데 내가 선택한 구간은 인월-금계 구간이다.
2010년 7월 4일 일요일 드디어 떠난다. 가자!! 긍정이를 찾아서 둘레길로~~~
[광주에서 인월까지 네비로 찍어보았다. 갈만해ㅋ]
원래는 어제 출발해서 여유 있게 1박2일로 갈까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왔다.
오늘도 역시나 흐린 날씨에 비가 조금씩 날린다.
이놈의 날씨가 나를 살짝 주저하게 했지만 무조건 오늘인 거다.
갈 수 있을 때, 가고 싶을 때 그냥 가는 것이다~
[역시나 흐린 날씨다. 가자 얼마 남지 않았다.]
9시가 되어서야 드디어 인월 지리산길 안내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도 좀 얻고, 자료좀 볼까 해서 들어갔더니 직원 분이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인월에 있는 지리산길 안내센터]
"금계까지 가려고 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8시간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아 네~ 고맙습니다!"
8시간이라... 여유있게 걸어도 오늘 하루에 가능한 거리다.
[오늘, 내가 가야할 길!]
[지도 대신 소식지를 받아왔다. 안에 지도가 있다.] [지리산길 안내센터에서 바라본 풍경]
드디어 시작이구나.
간식과 비닐비옷과 카메라가 든 가방을 메고 걷기 시작했다.
[약 20km의 거리다. 와우~] [눈앞에 펼쳐진 길을 보니 살짝 흥분됐다.]
수많은 길이 나타나지만 오늘 나에겐 지리산 둘레길이다.
묘한 흥분감에 걸음이 빨라졌다.
흐린 날씨와 흩날리는 빗방울 따위야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선택한 오늘 이 순간, 이 길 위에 내가 있으니 그걸로 좋다.
[느리게 가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달팽이]
비가 와서 별로다!? 난 오늘 비가 와서 더 좋다.
산자락에 걸친 멋진 구름과 고맙게 숨어버린 햇볕이 바로 비 덕분이니까!
습도가 높아서인지 땀이 쫙쫙 흘렀다.
좋다! 요즘 운동도 거즘 못 했는데 이렇게 땀 좀 빼야지ㅎㅎ
[출발해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중군마을] [지리산 둘레길을 만나게 되는 다랑이논의 푸근함] [혼자 오게 되면 항상 내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이렇게라도 인증샷을ㅎ] [산 중턱에서 만난 경운기, 묘하게 매력적이다.] [1시간 정도 걷다가 만나게 되는 주막]
둘레길 곳곳에는 주막이 있다. 시원한 막걸리와 휴식을 주는 평상이 있다.
흥분감 때문인지, 어떤 조급함 때문인지 난 발걸음이 빨랐고, 주막은 그저 스쳐갔다.
[편의점에서 사온 샌드위치... 음 산에서 먹어서 그런가 대박인데ㅎㅎ]
주막을 그냥 지나쳐서인지 출출함이 밀려와 아까 사온 샌드위치를 꺼냈다.
"왐마~ 겁나게 맛난디 몽매키고 좋구마이!"
물이 필요했다.ㅎㅎ 목이 탁탁 막혔다.
산길에 들어서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다.
"혼자 왔는가배?"
"아, 예~"
"조심히 잘 살피고 가~"
"아, 예~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사탕 좀 드실래요?"
"뭔 사탕을 다..."
"아니 뭐 입 궁금하실 때 드시라구요."
"허허 그래 고맙구마이"
이 근처 사는 할아버지 같았는데 낯선 산행자에게 말을 걸어주는 정이 고마웠다.
그냥 갈까 했는데 그 정에 뭐라도 보답하고 싶은데 가지고 있는 건 목캔디가 전부였다.
말에 묻어나는 소소한 정을 느끼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지나가다 만나게 되는 당산 나무! 신성한 기운에 나무는 찍지 않았다ㅋ]
출발한 지 2시간이 걸리지 않아 장항마을에 다다를 수 있었다.
벌써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빨간색 화살표만 따라가면 된다. ^^]
[장항교에서 갖는 휴식, 잘 보면 사진 속에 살아있는 무언가가 있다ㅎㅎ]
산길을 걸을 땐 틈틈히 쉬어주는 게 좋다.
앉아서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마음에 여유를 갖는 것이 좋다.
이제 매동마을로 한 번 가볼까 ^^ [둘레길이 많이 알려져 산악회에서도 많이 찾는다.] [매동마을 가는 길에 보이는 장항교] [드디어 매동마을이다~]
출발한 지 2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매동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을 누룽지로 먹고 왔긴 했지만 산을 타서 그런지 배가 많이 고팠다.
그렇다면 이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가야 할텐데...
오기 전에 정보를 뒤지며 전화번호 하나를 저장해뒀다.
공순춘 할머니댁이 밥을 맛있게 해준다는ㅎㅎ
그런데 민박을 한 것도 아니고 밥만 달라면 주실까~
[매동마을에 있는 공순춘 할머니 댁]
예약하거나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일단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공순춘 할머니시죠?"
"네~ 그런디요~"
"저기, 지나가는 여행자인데 점심 좀 먹고갈 수 있을까 해서요."
"내가 지금 집이 아닌디..."
"아~ 그러세요!ㅠ 그래도 어떻게 좀..."
"집에 밥도 없는디 해서 먹어야 한디 괜찮것소?"
"아아 예~~~ 전 괜찮습니다."
"그럼 기다려봐요이, 지금 간게"
공할머니는 근처 다른 분 댁에 계셨다면서 금세 오셨다.
한 삼십분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배가 고팠고, 여기가 아니면 딱히 먹을 곳을 생각해오지 않은 터였다. [시골 집의 소박한 풍경 ^^]
밥이 다 되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공할머니께서 출출하지 하시며
죽순전을 부쳐주시고 막걸리를 주셨다. 와~~~ 대박! 정말 정말 맛있었다.
이 맛을 느끼려고 아까 주막을 그냥 지나쳤나보다.
달착치근한 막걸리의 목넘김과 구수한 전의 조합은 거의 환상이었다.
^^ 살짝 허기를 달래고, 방 안을 둘러봤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런 것을 보고 있자니 나도 뭔가 남기고 가고 싶었다.
음... 평범하게 남기는 건 별로겠고...
음... 맞다! 친절한 할머니를 위해서 삼행시를 한 번 지어보는 건 어떨까ㅎㅎ
[공순춘 할머니 이름으로 지어본 삼행시ㅋ]
다행히도 할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라고 하셔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드디어 밥이다~~~~ 각종 나물과 맵고 짜지도 않는 고추장을 넣고 싹싹 비볐다.
어느새 전도 하나 더 부쳐 주셔서 맛난 반찬과 먹는 행복한 식사였다.
이야~~~~ 이건 정말 대박인 거다ㅋㅋ
밥을 먹고 좀 쉬고 있으니 할머니께서 커피 한 잔 할 거냐고 물으셨다.
우와!!! 딱 커피 한 잔이 땡겼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정말 최고로 맛있었던 커피 ^^]
밥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며 할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낯 선 곳의 모르는 집이 아니라, 예전부터 알고 지낸 곳의 친숙한 느낌이었다.
[친절함과 진득한 정을 보여주신 공순춘 할머니~ ^^]
그나저나 너무나 맛있게 먹은 밥값을 어떻게 드려야 하나 살짝 고민하다가
인터넷으로 봤었던 밥값에 조금 더 보태서 드리기로 맘 먹고 살짝쿵 지갑을 열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그냥 넣어두라며 괜찮다고 하셨다.
오늘 점심 거르실까 하다가 내 덕분에 밥 해서 같이 맛있게 먹었다시면서...
나중에 사람들이랑 여럿이 다시 한 번 오라고... ㅠㅠ 아~ 감동이었다.
낯선 여행자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시다니~ 배만 부른 게 아니었다.
마음까지 잔뜩 불러버렸다. 긍정이를 찾고싶다고 했나... 이미 그 목적을 달성해버린 듯 했다.
사람이 사람에게서 진득한 정을 느끼며 행복해 하는 것 만큼 긍정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뒤로 하고 난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출발이다. 반밖에 남지 않았다~ ^^] [공할머니께서 담아주신 물ㅎㅎ]
정으로 가득 채운 몸이라 무거울 줄 알았는데 발걸음이 무지 가벼웠다.
휙~ 쉭! 휘리릭! 앞으로 총총 발걸음을 옮겼다.
[둘레길을 걸으며 꼭 지켜야 할 일!]
한참을 걷다보니 드디어 중황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전 MBC 다큐에서 잠깐 스치며 보았던 곳인데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곳이었다.
중황마을과 상황마을까지 이어진 다랑이논은 나를 이곳으로 이끄는 한가지 이유이기도 했다.
[하황, 중황, 상황마을에 걸쳐 있는 다랑이논]
다랑이논은 실제 농사 짓기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보기에는 꽤나 아름답다.
다 갈아엎지 않고, 산세에 맞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참 푸근하고 좋다.
등구재로 가기전에 산악회에서 오신 듯한 10여명의 사람을 만났다.
혼자 왔냐고 하시며 좀 쉬어 가라고 말을 거셨다.
이야기 하다보니 광주에서 오신 분들이었다. 감자도 건네주고, 따뜻한 말도 건네주고... ^^;
혼자 오는 여행의 매력은 이런 것이 아닐까~
누군가와 쉽게 다가서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빈틈이 많다는 것!
[등구재! 여길 넘어서면 경남 함양이다.]
이제 창원마을로 가면 된다. 얼마 남지 않았다!
가는 길에 아까 만났던 산악회 분들을 다시 만났다.
아이스박스에 담아 오신 건지, 주막에서 사진 건지...
아이스크림을 건네셨다. 이야!!! 살짝 녹은 더위사냥 대박~
냉커피 마시는 황홀한 맛이었다.ㅎㅎ 산에서 먹으면 평소보다 10배 이상은 맛있다.
[창원마을 쉼터에서 바라보는 풍경]
아... 숨이 놓인다. 그저 편안하다.
이 느낌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그저 가만히 앉아 있고만 싶었다.
이 푸르른 풍경에 시선을 맡겨두니 여유와 편안함이 스르륵 밀려왔다.
아~ 나른행 행복감! 평상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좋다! 아... 정말 좋다~]
잠시 티 없는 휴식을 하다가 동네 분들이 오셔서 얼릉 피해드렸다.
[소소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려니~]
꿀같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금계로 향한 발걸음이었다. [이제 곧이구나~ ^^]
오후 4시 30분경 드디어 금계에 도착했다. 아싸라비아~~~
9시경에 출발했으니 8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행복한 하루를 보내다니 정말 기분 좋았다.
이제 버스를 타고 처음 출발했던 지리산길 안내센터로 간다.
[마천 갔다가 인월로... 버스로 가니 정말 금방이다~]
8시간이 걸려서 처음 그곳으로 왔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내가 찾고자 했던 긍정이는 당연히 찾았다.
그 녀석은 이제 마음 한 구석에 잘 담아두고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내 앞에 주어진 많은 길이 있다.
그 길을 걸을 때 장애물도 있을 것이고, 시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엔 소중한 사람들과 멋진 인생도 함께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쳐서도 안 되고, 주저 앉아서도 안 된다.
긍정적인 마음과 좋은 생각을 갖고, 열심히 걷다보면 분명 잘 될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이 내게 준 소중한 추억과 긍정의 힘을 안고 기쁘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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