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이상한 지리산길

작성자
동등
작성일
2010-05-05 08:34
조회
26972

5월 4일 지리산길 탐방 차원에서 인월 안내센터에서 매동마을까지만 다녀올 생각이었죠. 아이들이 커가면서 지들도 바쁘니 예전처럼 등반할 시간이 거의 없어져 짧은 구간이나마 나눠서 산책 삼아 짬짬이 다녀볼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제가 생각했던 지리산길과 너무 다른 고생길을 나서버렸네요.


 


안내센터에서 여쭤도 보고 제 나름으로 안내책자를 살펴보니 황당하더군요. 중군마을을 지나 장항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백련사 방향으로 들어서버렸고, 표고와 거리를 나타내는 안내책자 구간 그래프에 나와 있는 ‘숲길 진입’이라는 표기에 대해 착각을 해버린 거죠. 적당한 산행이 포함돼있으려니 생각했던 거죠.


 


제 착각과 맞아떨어졌는지 제 눈앞에는 줄줄이 리본이 걸려 있었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흔히 보는 그 리본이었습니다. 그 리본이 조금은 어설퍼 보이긴 했지만 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산에 오를수록 등산로 또한 어설프기도 하고 험하기도 했지만 그때까지도 제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은 아무래도 사람 발길이 뜸한 구간이려니,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죠. 한참을 오르고 어느 순간 리본을 놓쳐버렸습니다. 마지막 리본을 찾아 오르락내리락하기를 수차례, 비로소 제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죠. 그렇다고 다시 내려갈 수도 없었습니다. 너무 깊숙한 곳에 들어서버린 거죠. 내려가기도 막막한 상황에서 리본을 따라 계속 오르기도 했습니다.


 


인적도 없는 야산을 물도 없이 헤매는 게 두렵더군요.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한참을 오르고 오르다보니 멀리서 사람들의 음성이 희미하게 들리더군요. 그러고도 한 30분 더 올랐던 거 같습니다. 덜컥 산 정상으로 보이는 구릉이 나타나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더군요.


 


그때까지도 제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는 확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프 상에 나타나있는 숲길 정상으로 오르는 방향이 여럿 있나보다, 내가 험한 길을 택했을 뿐이고.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장항마을인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마을이었고 규모도 상당히 커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이런...... 그 정상에서 바래봉이라는 팻말이 보였습니다. 너무 황당했습니다. 헛웃음이 연신 터져 나오는데 내 스스로 감당이 안되더군요.


 


제가 올랐던 길은 정상적인 등산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이정표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겠죠. 덕두산을 거쳤는지는 잘은 모르겠고, 산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북쪽에서 바래봉 정상으로 올랐던 거 같습니다.


 


제가 고생을 해서 그런 건 결코 아니지만 이번 탐방에 아쉬운 점이 남습니다. 지리산길 이정표가 너무 흐리다는 겁니다. 다른 구간은 어떤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본 이정표는 다들 애매했습니다. 그리고 그 구간만 벗어나면 더 이상 아무 표식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틀린 길을 틀린 상태로 마냥 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잘못된 길을 알려주는 표식 또한 정상적인 길을 뚜렷하게 나타내주는 표식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대한 반성도 필요했던 거 같습니다. 지리산길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 않았나. 그리고 정보가 일천한 상태에서 관련사이트를 들여다본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 방만해도 한참 방만했던 게 분명한 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용후기나 질문답변 같은 항목을 꼼꼼히 챙겨보고 일정을 잡도록 해야겠죠.


 


제 아이들에게 저의 이상한 산행 경험을 설명해줘야겠네요.


그리고 지리산길 인월안내센터 직원분들 무척 친절하셔서 유쾌했습니다.

facebook twitter google
전체 0

전체 768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265
꼬맹이 짱아의 둘레길 완주 도전 후기 9탄-6구간(수철-어천)
짱아아빠 | 2012.08.29 | 추천 0 | 조회 22833
짱아아빠 2012.08.29 0 22833
264
[목아재-하동호] 후기 및 둘레길 불편사항 두 가지
New Start | 2012.08.24 | 추천 0 | 조회 25921
New Start 2012.08.24 0 25921
263
꼬맹이 짱아의 둘레길 완주 도전 후기 8탄-5구간(동강-수철)
짱아아빠 | 2012.08.20 | 추천 0 | 조회 23070
짱아아빠 2012.08.20 0 23070
262
지리산 둘레길 정보를 PDF로 저장하고 싶어요~
향~ | 2012.08.17 | 추천 0 | 조회 23582
향~ 2012.08.17 0 23582
261
제가 원하던 우리가 원하던 그런 곳이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초심 | 2012.08.16 | 추천 0 | 조회 23328
초심 2012.08.16 0 23328
260
불볕더위 둘레길 덜 지치는 방법
New Start | 2012.08.05 | 추천 0 | 조회 24225
New Start 2012.08.05 0 24225
259
주천~산동 사적 소감
동등 | 2012.07.26 | 추천 0 | 조회 23698
동등 2012.07.26 0 23698
258
매동마을 황토방에서 이틀 묵고 갑니다.
왕봉이형님 | 2012.07.22 | 추천 0 | 조회 25837
왕봉이형님 2012.07.22 0 25837
257
[인월▶금계] 체험 후기입니다.
윤댕이 | 2012.07.10 | 추천 0 | 조회 25580
윤댕이 2012.07.10 0 25580
256
꼬맹이 짱아의 둘레길 완주 도전기(6) (인월)-장항-금계
짱아아빠 | 2012.07.09 | 추천 0 | 조회 23356
짱아아빠 2012.07.09 0 23356
255
2코스 여행을 무사히 마치며~~
라임 | 2012.07.09 | 추천 0 | 조회 23936
라임 2012.07.09 0 23936
254
2코스 비전마을을 소개합니다.
파랑고양이 | 2012.07.07 | 추천 0 | 조회 23596
파랑고양이 2012.07.07 0 23596
253
(6월16일) 다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9키로???
막냉이 | 2012.07.06 | 추천 0 | 조회 22344
막냉이 2012.07.06 0 22344
252
4.5코스 당일 완주 계획 좀더 수월한 방향은?
이야기 | 2012.07.04 | 추천 0 | 조회 22784
이야기 2012.07.04 0 22784
251
(5월17일) 걍~~씩씩대며 걷기만 했다 ^^;; 15키로??
막냉이 | 2012.06.29 | 추천 0 | 조회 22806
막냉이 2012.06.29 0 22806
250
꼬맹이 짱아의 둘레길 완주 도전기(5)(-6) 운봉-인월-장항
짱아아빠 | 2012.06.26 | 추천 0 | 조회 23059
짱아아빠 2012.06.26 0 23059
249
그래, 너희들이 희망이다.
숲샘 | 2012.06.26 | 추천 0 | 조회 21385
숲샘 2012.06.26 0 21385
248
꼬맹이 짱아의 둘레길 완주 도전기(4) 주천-운봉
짱아아빠 | 2012.06.22 | 추천 0 | 조회 21647
짱아아빠 2012.06.22 0 21647
247
꼬맹이 짱아의 둘레길 완주 도전기(3) 산동-주천
짱아아빠 | 2012.06.22 | 추천 0 | 조회 24319
짱아아빠 2012.06.22 0 24319
246
꼬맹이 짱아의 둘레길 완주 도전기 3탄, 4탄 관련~
짱아아빠 | 2012.06.21 | 추천 0 | 조회 21456
짱아아빠 2012.06.21 0 2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