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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따라 한걸음, 산 따라 한걸음, 지리산 둘레길 여행3

작성자
사금파리
작성일
2010-07-28 10:50
조회
23559
























꽃 따라 한걸음, 산 따라 한걸음, 지리산 둘레길 여행(3)
















삽 하나 만으로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으리란 마음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 뜻 모를 자신감과 넘치는 에너지만 있던 시절 -
내 어린 손에 삽 하나만 있으면 만리장성이라도 쌓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둘째 날 _ 지리산 둘레길 4구간 반(동강~방곡마을 / 17.8km)


 


이른 새벽,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걱정만 하던 시간이 있었다.
밤부터 시작된 비가 그칠 기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여행을 더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평소에 산을 즐겼던 사람도 아니었기에 무리해서 미끄러운 산길을 걸을 생각은 사실 없었다.(겁 많아요..ㅎㅎ;;)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아침을 먹는 동안 금계마을에 내리던 빗줄기는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물에 흠뻑 젖은 지리삭의 녹음은 어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싱그러운 풍경으로 변해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게 펼쳐진 초록빛 세상. 지리산 둘레길 둘째 날 여행은 그렇게 한걸음씩 시작되었다.


 


 


 










 


의탄교를 용유교로 가는 길은 험한 산길을 지나가게 된다. 거친 풀숲과 좁은 산길이 대부분이다.
허리까지 오는 거친 풀숲을 지나다 보면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의문도 생기곤 한다.
분명 길은 하나만 이어져 있지만 사람의 흔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의심하고 걱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론 맞는 길은 향하는 것이었지만, 스스로 의심하고 겁내던 순간이 살짝 부끄러웠다.
언제부터 나는 나 스스로도 믿지 않을 만큼 약해진 것일까?
대책없이 넘치던 자신감과 무엇에도 맞설 수 있을 것 같았던 열정은 언제 사라진 것일까?
나도 모르게 변해버가고 있던 나의 모습을 스스로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용운교에서 운서마을까지 이르는 길은 염천강의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2차선 도로이다.
중간에 잠시 공사 구간도 지나게 되니 이번 여름 안으로 걸음을 옮기실 분들은 조심하시길 바래요..^^
딱딱한 아스파트 길이라 재미가 없으리라생각할 수도 있지만, 왼쪽으로 흐르는 엄천강의 풍경은 힘겨운 한걸음, 한걸음에


응원을 해주는 듯 시원함을 전해준다.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묵직한 배낭을 매고 홀로 도로를 걸어가는 순간.
왜 이 길을 걸으려고 했는지 참 많이도 투덜거렸지만 낯선 거리에서 만나는 정겨운이웃들의
반가운 웃음과 정겨운 인사말이 있었기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반갑다는 인사, 힘내라는 안부, 조심하라는 걱정, 잘 가라는 아쉬움 등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발걸음을 이끌어 주었다.  


 


 


 



송전마을을 지나 운서마을을 향하는 시간, 송문교를 지나기 전에 엄천강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아마도 내 기억으론 그 길 하나가 전부였던 것 같다. 내려갈 수는 있지만 다들 험했던?
그늘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엄천강변의 뜨거운 바위 위에 땀에 흠뻑 젖은 셔츠를 펼쳐 놓곤 강으로 향했다.
살얼음 둥둥 떠있는 물회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랄까?(물회를 좀 좋아해요;;;)
뜨거운 이곳에서 나 홀로 남극에 있는 듯한 시원함에 온 몸의 땀구멍이 얼어버리는 것 같았다.
뜨거운 열기로 이글거리던 몸의 열을 충분히 식히곤 짐을 놓았던 바위를 바라보았다.
갈길이 있고,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는 다시 정리하고 걸어야 할 시간이었다. 쨍한 햇살에 뽀송뽀송해진 셔츠와 양말을


신으면서도 마음과 시선은 엄천강을 향하고 있었다.
"다시 빠지고 싶다!"


 


 


 


 


금계에서 동강까지 이르는 길은 초반의 등반 이후로는 언덕 정도의 도로가 대부분이다.
여유롭게 걸어도 3,4시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둘레길 여행객들은 금계에서 동강을 향할 경우 동강마을이 아닌, 방곡마을에서 민박을 하는 편이다.
방곡마을을 향하는 길에 송문교 인근에 있는 '지리산청정낙원'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이곳에서 먹은 사슴 육개장(좀 비싸긴 하다, 1만원)을 일단 추천한다. 밥도 많이 달라면 많이 주신다..ㅎㅎ;;
깨끗한 시설과 친절한 주인 어머니의 웃음을 덤으로 받을 수 있다.(홍보는 아님다;;) 


점심을 먹은 후 동강마을을 지나 방곡마을까지 향한 나는 다시 동강으로 돌아왔다.
5구간도 걸어보곤 싶었지만 엄천강에서 너무 놀았기에(혼자 너무 오랜 시간을 놀았어;;;) 시간이 어중뗬기에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ㅠㅠ
동강에서 함양 고속버스터미널행 버스를 탔고 동서울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오르면서 나의 첫 홀로 여행을 마감하게 되었다.


 


 


지리산 둘레길에 대한 정보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고
홈페이지(
http://www.trail.or.kr/)에 가셔도 충분히 접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이런저런 정보 보다
제가 걸으면서 보고 느낀 것을 중심으로 후기를 만들었습니다.


혼자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말 많이도 했습니다. 저질 체력이라 많이 후회도 했습니다.
그리곤 돌아오는 길, 불과 몇 시간 전의 저를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었던 내 모습이,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초록빛 산세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혼자 걸을 수 있었던 그 시간이 함양을 떠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립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지금의 이 느낌도 다른 기억들 처럼 조금씩 무뎌지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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